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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교구장 사순절 메세지
홈지기     2020/03/09 pm01:02:30     25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사순절을 지내며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사순 제2주일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의 수요일의 예식과 사순 첫 주일의 미사를 비롯하여 많은 전례에 참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열심히 기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함께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서간충비(鼠肝蟲臂)’를 말씀드렸습니다. ‘서간충비’란 ‘쥐의 간과 벌레의 팔 다리’를 뜻합니다. 말하자면 ‘아주 보잘것없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경자년 쥐의 해를 맞이하여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자.’ ‘보잘것없는 것을 무시하지 말자.’라는 의미로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비유를 통하여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전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 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하고 그들에게 일렀다.”(루카 19,12-13) 돌아온 후, 종들은 귀족에게 각각 자신이 번 돈을 셈 바칩니다. 어떤 종이 열 미나를 벌었다고 보고하자, 주인은 말합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다섯 미나를 번 종에게는 다섯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줍니다. 그러나 수건에 싸서 보관한 한 미나를 바치는 종에게 ‘이 악한 종’이라는 질책을 서슴지 않습니다.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기 마련이고, 작은 일에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지 못할 것은 분명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벌레 중에서도 전자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벌레에 속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소홀히 여겼던 탓으로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지금은 모두 힘을 합쳐 이 사태를 이겨나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번 사태는 세계가 아주 가까운 지구촌이 되었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국이 우리에게서 멀지 않습니다. 일본도 미국도 그렇습니다. 순식간에 번지는 전염 사태가 그것을 더욱 분명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는 한 나라가 불행하게 되는 일은 그 나라의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아브람을 통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복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한 사람의 확진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주듯이, 한 사람의 축복받은 의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가져옵니다. 우리 자신들도 아브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을 전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제2독서가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은총에 따라 거룩하게 사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전해줍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변신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신들의 변신이 자주 나옵니다만, 예수님의 변모는 그런 변신과는 다릅니다. 신화에서 제우스는 바람을 피우려고 아내 헬라 여신의 눈을 속이기 위해 변신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변모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제자들에게 분명히 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셨듯이, 예수님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 6-7) 그래서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여겼습니다. 오늘 높은 산에서 기도 중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이 사건은 당신의 본래 모습을 알려준 것입니다. 마치 누추한 행색으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다가 마침내 자신의 신분을 마패를 통해서 알려주는 암행어사의 변신과도 같은 것입니다.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17, 5)

저는 올해를 ‘기도의 해’로 정했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은 일종의 기도 사건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는 거룩하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도 중에 마음으로부터 전해오는 하느님의 거룩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사목교서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기도를 강조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세상 모든 일이 하느님 손바닥 안의 일이라는 것을 믿고 조용히 하느님의 때를 기다립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잘 참고 기다립니다. 물론 해야 할 일은 하지만,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그저 하느님이 직접 일하실 것을 기다립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실망하지 않습니다.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지 않고 더 힘들어져도 희망을 갖고 기다립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이 사순절을 통하여 기도와 자선과 절제를 요구하십니다.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두 세 사람이 함께 하면 들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평화와 민족의 화합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 교회가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 진리를 찾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원주교구 교우 여러분! 우리 자신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도록, 희망을 기도하고, 사랑으로 기도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하루빨리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되어 기쁘게 만나 함께 미사성제를 드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평화의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와 기쁨을 주시는 성령의 이름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을 드립니다.

2020년 3월 사순 제2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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